신시아가 <새틴 크레센트> 밴드의 새로운 베이시스트로 채용된 후 일주일이 지났다. 그녀는 합주 연습을 위해 뉴올리언스를 다시 방문하고, 그녀를 위해 제작된 무대의상을 착용해보는데…

<0012 새 베이스기타>

2025년 1월 17일 금요일 오후 3시 50분, 루이 암스트롱 공항 도착층 로비.

신시아는 백팩 하나만 멘 채로 공항 출구를 빠져나왔다.

이번 방문에는 어깨를 짓누르는 베이스가 없었다. 지난주에 밴드에서 지급받은 두툼한 투어용 긱백도, 그 안의 베이스와 함께 브루클린 집에 얌전히 두고 왔다.

이상할 만큼 몸이 가벼웠고, 그래서 오히려 불안했다.

“신디, 여기예요.”

고개를 들자 출구 바로 앞에 루이스 드빌리 생클레어가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미즈 생클레어!”

신시아는 자신도 모르게 들떠서 루이스 앞으로 달려갔다. 그에 비해 루이스는 늘 그렇듯 단정하고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미소 짓고 서 있었다.

그녀 옆에는 회색빛 정장으로 몸을 감싼 어깨가 넓은 중년 남성이 조용히 서 있었다.

“이쪽은 휘태커 씨예요. 오늘 운전을 맡아주실 겁니다.”

그러자 소개받은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미스 레노스키.”

신시아는 얼떨결에 허리를 숙였다.

“아, 안녕하세요. 지난주에 잠깐 뵈었던…… 멋진 아저씨.”

“과찬이십니다.”

휘태커 씨는 그다지 웃지도 않는, 그러나 별로 딱딱하지도 않은 얼굴로 그렇게 대답했다.

주차장에는 검은색 링컨 컨티넨탈이 기다리고 있었다.

캐티의 낡은 피아트처럼 문을 열 때마다 경첩이 덜컹거리는 차가 아니었다. 길고 넉넉한 차체에, 문은 조용히 열렸다.

휘태커 씨가 눈앞에서 뒷문을 열어주자, 신시아는 순간 어디에 앉아야 할지 몰라 멈칫했다.

차내는 어둡고 넓었으며, 시트에서는 잘 관리된 가죽 특유의 냄새가 살짝 났다.

루이스가 짧게 웃었다.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세요. 연습실로 가기 전에 나랑 같이 들를 곳이 있어요.”

“네? 어디요?”

“리디가 말했죠? 공항 도착하면 악기점부터 가라고.”

“아, 네. 네.”

허둥지둥 링컨 뒷좌석에 앉은 신시아는 무릎 위에 올려놓은 백팩 끈을 꼭 잡았다.

“정말 오늘 사는 건가요?”

“산다기보다는 수령을 하는 거죠. 이미 메신저로 리디아와 의견을 나눴죠? 당신이 모델을 정했고, 밴드에서 주문도 넣었고요.”

“정말 그래도 되는 건지…….”

루이스는 웃음기 머금은 눈만 살짝 들어 신시아를 보았다.

“당신이 연주할 악기니까요. 다만 결제를 밴드 법인이 할 뿐이죠.”

두 사람을 태운 10세대 링컨 컨티넨탈은 소리를 거의 내지 않고, 흔들림도 거의 없이 시내를 향해 부드럽게 달려갔다.

잠시 뒤, 시내의 악기점.

악기점 점원인 꽁지머리 청년은 보라색 벨벳 천 위에 그 베이스 기타를 조심히 눕혔다.

“멕시코산이지만, 미국 공장에서 생산된 것과 거의 품질 차이가 없죠. 확인해 보세요.”

너무나 잘 알려진 브랜드의 기본적인 4현 재즈 베이스.

일반적인 사양과 다른 특이점이라면 프렛리스 모델이라는 것뿐.

신시아는 루이스의 눈치를 조금 살피며 그 베이스를 더듬어 보았다.

집에 두고 온 것보다는 넥이 좀 더 두툼했고, 무게는 더 나가는 듯했다.

소리는 어떨까?

신시아가 미처 눈치를 살피기도 전에, 꽁지머리 청년이 앰프를 연결해주었다. 그는 연주자 손님들의 마음을 다 짐작하는 듯했다.

신시아는 조심스레 베이스 기타의 현을 튕겨 보았다.

둥. 둥. 두두두둥. 둥.

신시아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 얘는…… 소리가…….”

꽁지머리 청년이 빙긋 웃으며 물었다.

“소리가 어때요? 지금까지 사용하던 악기에 비하면?”

신시아는 청년 앞에서 머뭇거리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소신 있게 말했다.

“뭔가…… 이전에 쓰던 아이바네즈는 경쾌했는데, 이 펜더는 좀 능청스럽네요.”

그러자 꽁지머리 청년이 웃으며 손뼉을 딱 쳤다.

“정말 재미있는 표현을 하는 아가씨군요! 그래도 조금만 더 풀어서 설명해 보실래요?”

“아이바네즈는 제가 치면 바로 응답하는데요. 이 펜더는…….”

신시아는 잠깐 손끝으로 현을 눌렀다.

둥.

“……대답하기 전에 아주 살짝 딴청을 피우는 것 같아요. 근데…… 그 딴청이 좋아요.”

그러자 청년은 이제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몇 번 더 박수를 쳤다.

“아가씨는 악기의 개성을 받아주는 연주자로군요! 그 악기는 아가씨가 힘으로 밀면 둔해질 거고, 여유를 주면 기분 좋게 노래할 겁니다.”

신시아는 다시 베이스의 현을 튕겼다.

둥.

확실히, 조금 능청스러웠다.

점원 청년은 함께 주문해 둔 새 긱백에 베이스 기타를 넣으며 말했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져오세요. 제 이름은 조쉬. 낮부터 오후까지는 항상 여기에 있습니다. 저녁에는 지역 밴드에서 기타와 보컬을 하고 있죠.”

“아…… 역시 뮤지션이셨군요!”

신시아가 반가워하며 말하자 조쉬는 자조하듯 웃었다.

“완전히 시대에서 벗어난 얼터너티브 록을 하지만요.”

조쉬는 그러나 위축되지 않고 자부심이 담긴 얼굴이었다.

조쉬가 조심스레 긱백을 건네며 말했다.

“악기의 특색을 받아주는 연주자에게 가게 되었으니, 그 녀석도 기뻐하겠네요.”

신시아는 건네받은 케이스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마치 안쪽의 악기가 아직도 숨을 쉬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신시아는 아주 작게 속삭였다.

“너도 이제부터 잘 부탁해.”

둥.

현을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케이스 안쪽에서부터 베이스 기타가 울리는 소리가 아주 작게 신시아의 귀에만 들렸다.

<0013 라거의 숨결>

새틴 크레센트가 렌트하고 있는 연습실은 뉴올리언스 도심 동쪽, 세인트클로드 지역의 단층 건물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연습실 앞에는 캐티 피셔의 진녹색 1964년형 피아트 500이 주차되어 있었다.

그 옆으로 광택이 은은하게 반짝이는 검은색 링컨 컨티넨탈이 다가와 멈춰 섰다.

링컨의 뒷좌석에서 내릴 때 휘태커 씨가 뒷문을 열어 주는 것은, 신시아에게는 아무래도 매우 황송한 기분이 드는 일이었다.

루이스는 문을 열어 준 휘태커 씨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했다. 옆에서 신시아도 허둥지둥 고개를 꾸벅 숙였다.

휘태커 씨는 두 사람보다도 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다시 불러 주실 때 뵙겠습니다, 루이스 아가씨.”

휘태커 씨가 모는 검은 링컨 컨티넨탈은 그다지 요란하지 않은 엔진음을 남기며 멀어져 갔다.

이제 신시아는 연습실 문 앞에서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지난주에는 오디션을 보기 위해 왔던 연습실이었으나, 오늘부터는 합주를 위해 방문하게 된 곳이었다.

신시아는 새로 지급받은 베이스 기타 케이스를 끌어안고, 루이스를 따라 연습실 안으로 들어섰다.

먼저 도착해서 응접실 소파에 누워있던 캐티 피셔가, 누운 자세 그대로 두 팔을 번쩍 들어서 두 사람을 환영했다.

“어서 와! 오, 신디. 오늘은 옷차림이 가벼워졌네.”

캐티는 신시아가 지난주에 코트와 목도리까지 차려입고 왔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네. 일기예보를 보니까 뉴올리언스는 따뜻하다고 해서요. 뉴욕에선 추웠는데, 여기 내리니까 정말 따뜻해요.”

“날씨 차이도 너에겐 고생이겠다. 아비타 맥주 마실래?”

벌떡 일어난 캐티가 응접실 한쪽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려 하자, 신시아는 깜짝 놀라 손을 내저었다.

“아뇨, 맥주는 안돼요! 저 아직 열아홉 살이라서요!”

“캣. 들었죠? 본인도 안 마시겠다고 하는데 술을 권하지 마세요.”

루이스가 팔짱을 낀 채 엄한 눈으로 훈계하자, 캐티는 광택 없이 탈색된 긴 백발을 긁적였다.

“아,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나는 예전에……”

“미즈 캐티 – 매를린 – 피셔.”

루이스가 자신의 허리에 손을 얹고 엄하게 풀네임을 부르자, 캐티는 갑자기 차렷자세가 되어서 긴장했다.

“예, 예스 맴.”

“….신디는 당신과 달리 모범생입니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가 거절하잖아요?”

루이스가 엄하게 혼내자 캐티는 힘이 빠져서 중얼거렸다.

“끙… 그래… 차마 그럴 순 없지…”

냉장고 문을 열고 잠시 더 뒤적거리던 캐티가 갑자기 환호성을 질렀다.

“아, 루트비어 있다! 이건 무알코올 음료니까 괜찮아.”

캐티는 차갑게 냉각된 아비타 루트비어 캔을 따서 신시아에게 건네고, 자신은 아비타 앰버 캔을 땄다.

신시아는 약초 냄새와 단맛이 가득한 루트비어를 조심스럽게 홀짝였다. 그러는 동안 캐티는 맥주를 금세 비워 버렸다.

그 사이 루이스는 냉장고를 열어 탄산수 병을 꺼내며, 캐티를 곁눈질로 흘겨보고 있었다.

그런데 캐티가 갑자기 씨익 웃더니, 천장을 향해 입을 벌렸다.

꺼—어—억.

마치 천장을 향해 불을 뿜는 드래곤처럼, 캐티가 길고 우렁찬 트림을 토해냈다.

신시아는 루트비어 캔을 든 채 그대로 굳어 버렸다.

캐티는 놀라서 얼어붙은 신시아를 향해, 진지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던전스. 앤. 드래곤스.”

“……?”

신시아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굳어 있었다. 이건 남부식 농담인 건가?

대신 루이스가 캐티의 뒤통수를 가볍게 치며 꾸짖었다.

“캣, 유 이디엇!”

캐티는 과장된 비명소리를 내지르며 즐거워했다.

“아이에에에-! AIEEEE-!”

신시아는 두 사람이 자신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장난치는 것임을 깨닫고 뒤늦게 웃었다.

신시아가 약초 향 가득한 루트비어를 간신히 다 마실 무렵, 연습실 앞길에서 웅장한 V8 엔진음이 들려왔다.

리디아의 콜벳이었다.

곧이어 리디아가 연습실 안으로 들어섰고, 모두가 그녀에게 인사했다.

리디아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은 뒤, 옆구리에 끼고 있던 택배 꾸러미를 신시아에게 내밀었다.

“신디, 주문해두었던 네 무대의상이 도착했다.”

“네? 벌써요?”

신시아가 택배 꾸러미를 받을 생각도 못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자, 리디아는 신시아의 가슴에 그 꾸러미를 넘기며 웃었다.

“우리 밴드의 무대복 패턴에 네 치수만 맞추어서, 빠르게 완성되었지. 저쪽 방에 가서 입어 봐.”

<0014 라이크 어 세일러 문>

전신 거울 앞에 선 신시아는 한동안 어색하게 서 있었다.

난생처음 입어보는 무대 전용 공연복이었다.

막상 입어보니 생각보다 움직이기 편했다.

뻣뻣하지 않은 기능성 소재 덕분이었다.

피부에 닿는 감촉도 시원했다.

거의 스포츠웨어를 입은 기분이었다.

신시아가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자, 옆에 있던 리디아가 피식 웃었다.

“피겨 스케이터나 리듬체조 선수 의상과 근본적으로는 같아. 장식이 많을 뿐이지.”

신시아는 나풀거리는 짧은 치맛단을 손으로 잡아보았다.

치마는 짧았지만, 안쪽은 짧은 기능성 속바지로 처리되어 있었다.

상의 구조상 일반적인 브라를 따로 입을 수는 없었지만, 안쪽에는 브라컵과 지지 패드가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몸의 노출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움직이며 연주하는 데 불편한 부분도 없어. 겉보기와는 다른 옷이야.”

“네. 부끄럽지 않고, 답답하지도 않아요. 다만…….”

신시아는 양쪽으로 높이 묶인 머리카락을 만져보았다.

“이 머리 모양, 꼭 해야 해요?”

“무대 위에서 네 존재감을 돋보이게 하려는 거야. 형상이 확 눈에 띄지.”

“음…… 그리고 하이힐이 좀 어색해요.”

“불편하면 굽을 낮추자.”

“아뇨. 그냥 어색하다는 뜻이에요. 서서 연주에 집중하면 괜찮을 것 같아요.”

신시아는 다시 거울을 바라보았다.

화장은 일부러 진하게 되어 있었다.

파운데이션은 무대 조명 아래에서도 피부톤이 죽지 않도록 선명하게 올라가 있었고, 광대와 눈가에는 빛을 받는 하이라이트가 들어가 있었다.

눈가와 블러셔의 색도 선명했다.

리디아는 말했다.

그 강한 색채야말로 관중의 시선을 무대로 끌어당기는 중력이라고.

‘와… 나도 이렇게…… 달라 보이는구나.’

리디아는 등 뒤에서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옷에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넣었어. 물랭루주 카바레의 캉캉 댄서, 마르디그라 축제의 퍼레이드 댄서, 프렌치 메이드.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끄는 요소들을 섞었지.”

“근데, 굳이 이렇게 화려한 무대의상이 필요했나요?”

“응. 이 시대에는 음악만 연주해서는 주목받기 힘들어. 무대 위의 비주얼도 함께 어필해야 해. 의상과 메이크업은 그걸 위한 장치야.”

단언하는 리디아의 눈빛에는 확신이 있었다.

신시아는 문득 떠올렸다.

리디아는 한때 오버그라운드의 팝스타였다.

그 시절 그녀가 보고 배운 것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것을 밴드 운영에 적용하고 있었다.

“근데…… 제가 꼭…… 세일러 문이 된 것 같아요.”

신시아가 그렇게 말하자, 루이스와 캐티가 동시에 폭소했다.

“우리도 처음 리디가 발주한 무대복을 입었을 때 똑같이 생각했어요.”

루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캐티도 손뼉을 쳤다.

“맞아. 나는 그때 아니메 캐릭터를 코스프레하는 거냐고 리디에게 따졌어. 그때 저 여자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캐티가 리디아를 흘겨보았다.

리디아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마주보았다. 오히려 캐티에게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팝가수 시절에 배운 사실이 있어. 사람도 조명 아래 놓이면 색과 형상으로 이뤄진 하나의 조형물이야. 우리는 다행히 모두 기본 외모가 수려한 사람들이야. 그러니까 그 장점은 최대한 이용해야지? 우리의 얼굴 윤곽, 피부톤, 시선 유도. 전부 계산해서 관중들 앞에 과시적으로 보여야 해.”

신시아는 놀란 눈으로 리디아를 바라보았다.

리디아는 단순히 밴드 리더 역할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철저한 상업적 음악 프로듀서의 관점에서 말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가 오버그라운드를 지향하기로 했으니, 전문 스타일리스트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알아봐야겠지. 다만 지금까지는 지역 기반의 인디 밴드였으니, 내가 직접 의상을 발주하고, 멤버들의 화장도 맞출 수 밖에.”

“아아, 그랬었지.”

캐티는 자신의 하얗게 탈색한 머리카락을 긁적이며 피식 웃었다.

“저도 그때가 생각나네요.”

루이스도 피식 웃으며 눈을 감았다.

그때는 2016년, 즉 세 사람이 트리오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어느 소규모 클럽의 공연자 대기실.

리디아는 캐티의 얼굴에 파운데이션을 얇게 올린 뒤, 광대와 콧대처럼 조명을 받을 부분에 하이라이터를 더하고 있었다.

이어 루이스의 피부톤에 맞는 립 컬러를 골라 발랐다.

조명 아래에서 얼굴 전체가 번들거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파우더도 미리 골라 두었다.

캐티의 눈매가 무대 위에서 어떻게 읽힐지도 계산했다.

그래서 속눈썹에는 마스카라를 여러 번 덧발랐다.

캐티는 가만히 앉아 화장을 받으면서도 중얼거렸다.

“이거 너무 진한 거 아니야? 왜 자꾸 내 속눈썹을 두 배로 늘리는데?”

루이스는 눈을 감은 채 리디아의 브러시를 받아들이며 말했다.

“그리고 왜 제 눈가에는 금색 펄 가루를 바르는 거죠?”

리디아는 두 사람에게 번갈아 화장품을 덧바르며 말했다.

“무대 위 조형미 때문이다. 어두운 클럽 조명 아래서는 이 정도는 해야 얼굴이 살아.”

캐티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양손으로 흰색 가발을 들어 올렸다.

“이 더운 가발은 또 뭐냐고. 우린 케이팝 걸그룹도 아니고, 코믹콘에서 길 잃은 코스프레 동호회도 아니야.”

루이스도 낮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리디아는 브러시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낮고 조용한 목소리였다.

“어쨌든 무대 위에서 존재감은 있어야 한다는 게 내 뜻이야. 너희도 동의했잖아. 그럼 분장술에 가까운 의상과 화장은 관두고, 슬립낫처럼 가면을 쓰는 식으로 갈까?”

캐티는 입을 떡 벌렸다.

“슬립낫이라니……!”

검은 산업용 점프수트로 몸을 감싼 거구의 사나이들.

그들이 얼굴에 뒤집어 쓴, 기괴하게 일그러진 가면.

그 안에서 섬뜩한 눈빛만 번뜩이는 밴드.

캐티는 사색이 되어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안 돼. 그거야말로 더 기괴해. 차라리 화장하고 이런 메이드 같은 드레스를 입는 게 낫겠어.”

루이스도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도 현 체제를 유지하는 쪽에 찬성하겠습니다.”

리디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분 숙녀들의 협력에 감사한다. 사실 그 사람들처럼 기괴한 가면은 아니고, 오페라 가면 같은 걸 생각하긴 했어. 그렇지만 우리의 본판 미모를 보여주는 쪽이 관객에게도, 우리에게도 더 낫겠지.”

캐티와 루이스는 문득 아차 싶었다.

오페라 가면 정도면 괜찮았을지도 몰랐다.

캐티는 가발을 쓰느라 맺힌 두피의 땀을 수건으로 닦으며 중얼거렸다.

“앞으로는 차라리 헤어샵에 가서 내 머리카락을 탈색하는 게 낫겠네.”

루이스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전 그냥 이 은색 가발을 계속 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