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3. 라떼 마실래?>
새틴 크레센트가 렌트하고 있는 뉴올리언스의 연습실.
업라이트 피아노와 마이크, 앰프들이 놓인 방음실 안에서, 리디아 콜먼은 팔짱을 낀 채 스툴에 앉아 있었다. 루이스 생클레어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 조용히 건반 뚜껑 위에 손을 얹고 있었다.
노크 소리 없이 문이 열렸다.
오늘의 오디션 응시자를 공항에서부터 픽업해 온 캐티 피셔가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문을 열고 들어온 그녀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들어와.”
캐티의 등 뒤에서 앳된 여학생이 조심스레 따라 들어왔다.
갓 스무 살이 되었을까 말까. 아니, 어쩌면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았을지 모를 만큼 어려 보였다.
베이스 기타 긱백을 등에 멘 채 연습실 안으로 걸어 들어온 여학생은, 세 사람 앞에서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리디아가 물었다.
“미스 신시아 레노스키?”
“예, 미즈 콜먼. 저는 신디라고 불러 주세요.”
신시아는 그렇게 대답하며 눈앞의 세 여인을 바라보았다.
여기 오기 전, 이 트리오에 대해서는 모두 검색해 보았다.
방금 공항에서 자신을 차에 태워 데려온, 머리카락을 하얗게 탈색한 흑인 미녀. 이 팀의 트럼페터, 캐티 피셔.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크레올 혈통의 여인. 긴 머리카락은 옅은 꿀빛이었고, 기품 있고 당당한 자세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었다. 피아니스트 루이스 생클레어.
그리고 이 두 사람과 함께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를 기반으로 몇 년째 재즈 트리오 활동을 이어 온 과거의 팝스타. 붉게 물들인 머리카락의 흑인 여성. 리디아 콜먼.
그러고 보니, 이 방에서 자신만 프로 뮤지션이 아니었다.
아니, 그것보다도 자신만 너무 어렸다. 너무 학생티가 났다.
‘내가 이분들 사이에 어울릴 수 있을까?’
신시아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 1월이니까 방학 중이지?”
리디아의 질문에, 신시아는 화들짝 생각에서 깨어났다.
“아, 네. 맞아요. 브루클린의 부모님 댁에서…… 아, 저희 부모님이 빵집을 하시거든요. 방학 동안 가게 일을 도와드리고 있었는데, 그렉 윌슨 교수님 연락을 받았어요. 동생분…… 미즈 피셔의 밴드 오디션을 보지 않겠냐고요.”
리디아가 말했다.
“브루클린에서 뉴올리언스까지 비행기 타고 오느라 고생했네.”
신시아는 등에 멘 긱백을 살짝 들어 보였다.
“저보다는 얘가 고생했죠.”
캐티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뮤지션들에게 비행기로 악기 싣는 건 항상 걱정이지.”
신시아는 긱백의 지퍼를 열며 조금 웃었다.
“그래도 객실에 들고 탔어요. 직원분께 부탁해서요.”
그녀가 긱백에서 악기를 꺼내는 순간, 캐티가 낮게 휘파람을 불었다.
“젊은 애가…… 프렛리스 베이스를 갖고 왔네.”
루이스가 처음으로 호의적인 미소를 보였다.
“좋네요. 프렛리스라. 콘트라베이스처럼 음정을 손끝으로 잡아야 하는 악기죠. 젊을 때부터 그걸로 수련했다는 건, 그만한 각오가 있다는 뜻이겠죠?”
신시아는 떨떠름하게 웃으며 자신의 프렛리스 베이스에 스트랩을 꿰었다.
그때 리디아가 손을 들었다.
“잠깐.”
신시아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리디아는 그 표정을 보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멀리서 왔는데, 커피라도 한 잔 하고 오디션을 시작하지 그러니.”
리디아는 재킷을 집어 들었다.
“긴장 풀어. 아직 오디션 시작도 안 했잖아.”
굳어 있던 신시아의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
캐티가 옆에서 씩 웃었다.
“아직은 말이지.”
그러자 루이스가 조용히 캐티를 제지했다.
“캣.”
“알았어, 알았어.”
신시아는 말은 없었지만, 눈앞에서 벌어지는 대화를 들으며 아주 작게 웃었다.
리디아가 재킷에 팔을 꿰고 문을 열더니, 신시아를 돌아보며 물었다.
“오늘은 날씨가 추워. 핫라떼면 돼?”
<0004. 이 잔이 비면 시작이다>
세 명의 트리오와 한 명의 오디션 지원자는 똑같이 핫라떼를 들고 있었다.
리디아가 종이컵 뚜껑을 손끝으로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너 이전에 다섯 명쯤 베이시스트 오디션을 봤어. 실력은 다들 출중했지. 하지만 우리가 찾는 건 독보적인 테크니션이 아니야.”
루이스가 말을 받았다.
“우리와 화합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는 거예요.”
“화합. 하모나이즈…… 음악적 앙상블 말씀이시죠?”
신시아는 조심스레 확인하듯 물었다.
루이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포함되지만, 전부는 아니에요.”
신시아는 라떼 컵을 두 손으로 감싼 채 루이스를 바라보았다. 루이스가 설명했다.
“재즈 기본기는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락, 팝, 스윙 같은 장르에도 어느 정도 열려 있어야 하죠. 우리는 이제 메인스트림을 지향하기로 합의했고, 장르적으로도 폭을 넓힐 거예요.”
그러자 신시아가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말했다.
“그건 제가 즐겁게 따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디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그 다음 문제.”
신시아가 눈을 깜빡였다.
“다음 문제요?”
“쇼비즈 무대에서 얼어붙지 않아야 해. 내 빡빡한 계약서도 견뎌야 하고. 밴드 브랜딩도, 개인 브랜딩도.”
캐티가 손을 들었다.
“그리고 내 음담패설과 기행도.”
루이스가 담담하게 덧붙였다.
“그리고 제 품위 있는 압박면접도요.”
신시아는 잠시 멍해졌다.
그 조건들이 정말 연주자 모집 조건인지, 아니면 어느 수상한 항해 선단의 선원 모집 요강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캐티가 깔깔 웃었다.
“다들 잘 치는데, 우리랑 같이 감옥 갈 느낌인 사람들이 없더라.”
루이스가 곧장 받았다.
“캣, 우린 밴드 멤버를 뽑는 겁니다. 공범을 찾는 게 아니에요.”
“루, 밴드는 공범이야.”
리디아는 그 말을 듣고 잠깐 생각하더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비유는 불쾌하지만 맞는 말 같기도 하군.”
그리고 리디아는 신시아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신디. 우린 네가 우리 공범이 될 수 있는지 알아볼 거야. 이 커피를 다 마시면 시작하자.”
“아…… 네.”
세 사람이 시선을 짧게 교환했다.
그녀들 눈앞의 소녀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마지막 한 모금을 목으로 넘겼다.
긴장하지 않았다. 떨지도 않았다. 각오한 얼굴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생각 없이 속 편하게 웃는 얼굴도 아니었다.
그냥 이해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표정을 보고, 캐티가 아주 작게 웃었다.
“……오.”
리디아가 물었다.
“왜?”
캐티는 종이컵을 내려놓았다.
“얘, 도망갈 생각은 없나 본데.”